저에게 침묵의 소리를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와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입술을 열고 목소리를 내어 나눈 대화는 아니었지만
그 기억은 아주 선명합니다.
그의 눈을 오래 응시하다 보면 어느새 그는
제 마음을 자유로이 헤엄칩니다.
그의 마음은 제 눈 속에 별이 됩니다.
저에게 엄마의 마음을 알려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혈육으로 맺어진 인연은 아니었지만
침묵의 소리는 사랑의 언어가 되어
우리를 이어 줍니다.
엄마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
엄마의 사랑은 크기를 잴 수 없다고,
내 마음 깊게 못 박힌
그의 고통이 말해 줍니다.
저에게 인생을 보여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주고 떠났습니다.
똑똑하지 않아도
말이 유창하지 않아도
돈이 많지 않아도
그는 가장 빛나게 웃을 수 있었고
누구보다 명쾌하게 답했으며,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곁에 있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루터기의 여린 잎이었습니다.
그는
오래도록 제 마음에 머물다 갈
그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