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리의 정겨운 이웃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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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바리의 정겨운 이웃들(1)

봄꽃 0 230 2024.12.04 15:48


가끔은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지펴주는 감동적인 체험들이

세상을 살 맛 나게 합니다.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서 함께 나누려구요~!


지난 여름.. 저희 병원에 41살,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아까운 중학생 엄마가 입원했었습니다.

그 환자를 만나고 병실을 나올 때면 늘 마음 한켠에 왠지 모를 미안함마저 들기도 하는..

하루는 환자가 식사도 하기 힘들어 하고 입맛도 없어하길래

평소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병원 근처 카페에서 

에그타르트를 사다주려고 서둘러 카페를 찾았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일까요?

에그타르트는 이미 다 팔리고 없지 뭔가요 ㅠㅠ 

(그 집 에그타르트 진짜 맛납니다 ^^)

그래서 주인께 사정을 설명하였더니.. 부드러운 푸딩을 권해주셨어요.

사정을 모르는 환자는

푸딩을 아껴 먹으며 소녀 같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세상 처음 맛보는 맛이라며~!!


며칠 뒤..

제 두 손에 따끈한 에그타르트 10개가 고이 포장되어 전해졌습니다.

환자와 비슷한 또래인 카페 주인 부부가 지난 번 일이 맘에 걸려

병동 환자 수에 맞춰 에그타르트를 만들어 갖다 주신 겁니다.


그 분들 덕에 병실 모든 환자분들이 부드럽고 풍미 가득한 

에그타르트를 맛보았습니다.

그 케익을 전해 받은 환자분의 얼굴에도 미소가 한가득

제 마음에도 미소가 한가득 번졌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갈바리 언덕에 성모님과 몇몇 여인들이 함께 했다면

오늘 이 자리에는 임종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정겨운 이웃들이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서

갈바리의 품은 더 없이 넉넉해집니다..



여름이 지나 추석이 다가올 무렵

그 젊은 환자 분은 하늘나라로

떠나갔습니다.

환자분의 부고 소식을 들은 두 분의 얼굴이

아직도 제 마음에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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