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만 해도 좋은 계절이다. 가을.
계절이 다른 계절로 옮겨갈 때 어김없이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아, 자연도 생명체였지..
너무 당연한 세상 이치를 변화에서 깨닫곤 한다.
겨울에서 새 순이 돋아, 어린 잎사귀들이 바람에 찬란히 흔들리는 봄을 맞이할 때 ,
봄에 형용색색 꽃들이 세상을 수놓았다가 어느새 보면 그저 녹음 우거지는 여름으로 바뀔 때,
길거리 가로수들이 모두 울긋불긋 자신의 빛깔을 찾은 듯 옷을 갈아입고,
땅바닥에는 인생의 쓴 맛을 맛본 듯한 나무 잎사귀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땅이라는 다른 세상을 만날 때..
그리고 우리는 매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곧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우리 마음에서 휑한 구멍을 낼 거라는 걸.
그리고 눈 내리는 세상이 반짝이는 햇살에 얼마나 찬연히 빛날지.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가을이 주는 오묘한 정서는... '끝'이라는 느낌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저물어가는 인생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며,
나의 한 해를,
나의 삶을,
나의 죽음을 떠올려보게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먼저 경험하고, 경험을 인식하고 혹은 느끼고, 그 다음 그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데..
죽음은 그럴 수 없다.
죽음이 존재하는 순간 그 존재자는 죽음이라는 본질을 인식하거나 바라보는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음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다.
죽음을 인식하거나 바라보는 행위의 주체는 오히려 타자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한 사건보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죽음을 준비한 다는 것은
의식 차원에서 그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진심 뿐 아니라,
지금 겪는 고통을 묵묵히 참아내는 실재이다.
그리고 함께 하려고 준비된 이들에게 그 고통이 주는 여러가지 불편한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러움.
하느님의 선물인 자유의지가 사라져가는 순간에도
내 곁에 있는 이에게 마지막 따뜻함을 건낼 수 있는 그 마음.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추구했던 최고의 아름다움이 아닌지.
예수님을 닮아가려고 노력했던 세상에 마지막으로 내어줄 수 있는 거룩함은 아닌지.
가을아~
너 어찌 이리 아름다우냐